창업및 유통

신나는 절정경영

데코차이나 2005. 7. 11. 11:05

 

28년을 한 회사에서 일해 오면서 나와 임직원, 그리고 고객에 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어찌 보면 이제야 조금이나마 우량기업을 만들 수 있는 경영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무엇보다 20년째 사장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으로부터 “성공비결이 뭐냐” “노하우가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
.
그러나 나의 경영사전에는 ‘노하우’라는 단어가 없다. 사람과 사람으로 이뤄진 조직에서 그들을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 발전을 꾀하려 했다면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나는 단지 나 자신과 직원들을 인간적인 접근을 통해 사랑했고 함께 무엇을 할 것인지를 숙제로 삼았다. ‘노하우’(Know-how) 대신 ‘노왓’(Know-what)을 찾는 데 힘을 쏟았다.
.
나는 고등학교 때 마라톤을 시작해 3년간 우승했고 대학 입학 첫 해 개교 기념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1등의 영예를 안았다. 그때 마라톤에서 중요한 것을 배웠다. 바로 ‘달리는 자의 절정(runner’s high)’이다. 마라토너는 42.195㎞를 달리는 내내 많은 고통을 인내하며 혼신의 힘과 사력을 다한다.
.
그러다 어느 순간 환희를 맛보며 절정의 상태로 돌입한다. 이 상태에서는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며 한없이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달리게 되는데, 바로 이런 것을 ‘달리는 자의 절정’이라고 한다. 달리는 자의 절정을 경영에 도입한 것은 내가 경험한 절정의 힘을 우리 직원들, 그리고 고객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다.
.
절정이란 사람을 유쾌하고 밝게 만들며, 평소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유도하는 엔도르핀이 몸 안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경영에서도 임직원에게 이러한 엔도르핀이 나오게 하는 회사는 밝고 유쾌해지며 믿을 수 없는 능력이 나타나 성공에 이르게 된다. ‘절정경영’이란 구성원 모두 이러한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 상태가 유지되도록 훌륭한 ‘파티’를 여는 것이다.
.
파티에 참석하는 이들에게는 별다른 주문이 필요 없다. 그들 모두 화려한 옷으로 알아서 치장을 하고 자신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한다. 절정경영을 위한 CEO는 바로 이러한 파티의 주관자다. 그의 역할은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석하고 싶어지도록 최상의 모습으로 파티에 참석해 뜻 깊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
절정경영의 필수조건은 직원이 고객보다 더욱 중요한 자산이라는 기업문화와 CEO의 철학이다. 회사는 재미있고 신바람나는 즐거운 일터여야 한다. 임직원 교육과 훈련을 주기적으로 하는 평생학습 조직으로 만들어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지적 핵심 역량을 키우고 고객에게 차별화되는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면 고객의 신뢰를 받는 성공적인 기업이 된다.
.
직원의 만족과 열정 및 절정이 없으면 절대로 고객 만족 및 감동을 이뤄낼 수 없다. 종업원 만족은 고객 만족을 이루게 돼 결과적으로 고객 이탈이 줄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향상되고 주주 만족도가 높아진다. 또 여기서 생겨난 높은 수익성은 생산성 향상과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종업원 만족도가 향상돼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대가 된다. 고객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과정이 창출되는 것이다.
.
요즘처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디지털 경제에서 기업을 하는 환경은 산악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언제 비탈이 나올지, 바위가 나올지, 또는 숲과 나무들이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 이런 시기야말로 미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카멜레온형 CEO가 필요하다.
.
박인순 한국스파이렉스사코㈜ 사장

1944년 서울生, 용산고·연세대 화공과 졸업, 미 브리지포드 경영대학원 MBA
1974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 경제분석 연구원
1976년 스파이렉스사코 한국지사장
1984~현재 한국스파이렉스사코㈜ 사장
1978~현재 연세대 경영·산업대학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