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현황

위안화절상)美·中 경제 "득이냐 실이냐"

데코차이나 2005. 7. 22. 01:18
위안화절상)美·中 경제 "득이냐 실이냐"
 

[edaily 조용만기자] 중국이 11년간 유지해온 페그제를 폐지하면서 앞으로 위안화 가치는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일단 위안화를 2.1% 절상하는데 그쳤지만 환율제도 자체가 고정환율제에서 관리변동환율제로 변화하면서 위안화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해외의 압력외에 국내외 시장 상황도 고정환율제로 버티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이 위안화 절상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쉽사리 단행하지 못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낙후된 금융시스템이 위안화 절상과 같은 큰 변화를 감당하기에는 벅차며 위안화 절상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그동안 강도높게 중국을 압박해온 미국이 위안화 절상으로 무역흑자 감소 등 기대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부시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위안화 절상을 크게 반기고 있지만 채권시장에서는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의 미국채 매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의 효과가 미국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인플레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중국, 수출감소·실업증가 등 파급효과 대비해야

중국 사회과학원은 최근 위안화가 10% 절상될 경우 올해 270만명, 내년 30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는 등 대규모 실업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 최대 인구대국인 중국 경제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2000만~250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량 실업요인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페그제의 수혜를 톡톡히 누려온 수출도 가격경쟁력 면에서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사회과학원은 위안화 10% 절상시 올해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6%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은 위안화 가치가 15% 절상되면 올해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중국 경제가 2분기 예상치를 웃도는 9.5%의 성장을 달성했지만 수출감소는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중국의 수출은 지난 1983년 이후 증가세를 지속해왔고 작년 중국 수출증가율은 35.4%에 달했다. 올해도 중국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396억달러에 달해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 320억달러를 넘어섰다.

원자재를 수입, 가공한후 수출하는 중국의 수출형태를 감안할 때 위안화 절상이 수입비용 부담을 줄임으로써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충격을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위안화 절상을 노리고 대규모로 들어온 핫머니가 단기간에 빠져나갈 경우 중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불러올 가능성도 정부당국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중국 증시는 정부의 활성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면서 미국과 홍콩달러 예금금리를 올린 것도 외화자금 이탈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위안화 절상에 따른 수혜도 적지는 않다. 막대한 원유와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위안화 절상에 따라 수입비용 감소효과를 볼 수 있다. 통화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인플레 압력도 줄일 수 있게 된다.

◇美 경제, 득이냐 실이냐

그동안 중국과 섬유 등에서 치열한 통상마찰을 벌이며 위안화 절상을 압박해온 미국은 페그제 폐지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미국은 위안화가 10년 넘게 달러화에 고정되면서 중국통화가 크게 저평가돼 왔고, 중국 기업들이 이를 토대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는 중국 기업과 제품들 때문에 미국 관련기업이 거덜나고 일자리도 크게 줄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은 최근 중국에 6개월내 위안화 절상이라는 최후통첩을 내리고, 수입제한 조치와 보복관세 입법 등을 추진해왔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림으로써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감소시키고, 일자리를 늘릴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잃는 것도 적지 않다는 분석을 제기해왔다.

우선 중국이 미국채 매입을 줄일 경우 아시아 국가들의 국채매입으로 겨우 재정을 꾸려온 미국으로서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아시아 국가의 영향력은 올들어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투자 다변화 방침으로 촉발된 `BOK 쇼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중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외환보유국으로 6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711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위안화 절상으로 미국의 무역수지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많은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조셉 스티글리츠, 로버트 먼델 교수는 "위안화 평가절상은 미국 경상적자를 줄이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중국은 원재료를 수입해 이를 가공해 수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30%의 부가가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화를 10% 평가절상한다 해도 부가가치에 미치는 효과는 3% 정도에 불과하다"며 "3% 부가가치 변동은 미국의 대중 경상적자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금융연구소의 리 양 소장은 "미국 무역적자의 근본원인은 미국의 낮은 저축률 때문"이라며 "저축과 투자의 불균형이 무역적자의 원인인데 위안화가 절상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쌍둥이적자를 해소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저가 수출품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은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이같은 혜택이 사라지게 됨으로써 미국 서민들에게 불이익이 전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의 저가 제품들이 미국 전역에 확산된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이 이뤄질 경우 수입가격 인상분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겨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가상승은 미국 통화당국이 노심초사하고 있는 인플레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금융시장과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