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비오는 날의 풍결
영국의 런던처럼 상하이 역시 비의 도시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짧게는 3주, 길게는 2달 가까이 계속 비가 내리는 계절이 있다. 그곳 사람들은 매화가 필 때의 비라는 뜻에서 인지 이 계절을 '매우(梅雨)'라고 부른다. 매우 때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보다 시름시름 앓듯이 가랑비가 끝없이 이어질 때가 더 많다.
상하이 사람들은 이 계절이 되면 우울해진다고 한다. 정년 퇴임 뒤 시간 강사로 외국인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던 한 60대 노 여강사는 "매우 때만 되면 정말 견디기 힘들어"라고 푸념하곤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우울한 것은 아니었다. 짙은 회색빛의 도시 상하이가 매우 때가 되면 화려한 색채로 살아난다. 길거리 자전거 부대의 우의 때문이다. 파랑, 빨강, 노랑의 원색 우의를 입은 이들이 하루종일 바쁘게 거리를 오간다. 회색 빛 속의 원색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손에 우산, 다른 한손으로 핸들을 잡은 이들의 곡예같은 자전거 솜씨도 볼만했다. 그들은 비가 온다고 당황하는 법이 없었다. 마치 오랜 벗이 찾아온 듯 자연스러웠다. 비를 피하기 위해 여성용 샤워모를 눌러쓴 한 기발한 청년은 길거리 모퉁이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던 내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바쁜 세상, 이 정도 비쯤이야' 그냥 비를 맞으며 거리를 돌진하는 자전거들도 많았다. 그들에게서 전혀 우울한 빛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내가 이방인이었기 때문일까. 비오는 날 상하이 거리는 늘 유쾌했다.
2004년5월 상하이, 샤워 모자를 눌러쓴 젊은 청년
미시족의 멋진 자전거 드라이빙
우의부대
비를 맞더라도 담배는 포기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