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사회

흔들리는 미·중 관계

데코차이나 2005. 9. 18. 11:53
흔들리는 미·중 관계

미국 남부를 강타한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정치를 뒤흔들고 있다. 그 결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치.외교 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올 가을 최대 외교 일정은 5일부터 예정됐던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이었으나 연기됐다. 대신 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특별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회담을 했다.

매우 낙담하는 쪽은 후 주석일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후 주석의 방미에 걸었던 중국의 기대는 매우 컸다. 최근에는 중국의 4개 주요 항공사가 미 보잉사로부터 대형 여객기 42대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후 주석의 방미 기간엔 미 기업으로부터 원자로 2기를 구입하는 계약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모두 방미 선물로 해석됐다.

방미를 앞두고 양국은 후 주석의 '국빈 방문' 격식 문제를 놓고 최후까지 옥신각신했다. 중국은 외교 문제에서 격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번에는 특히 이를 강조했다. 외국 정상이 텍사스 크로퍼드의 부시 목장이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 등에 초대받으면 매우 정중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당 대회 일정을 연기하면서까지 미국 방문에 매달렸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도 2002년 10월 크로퍼드 부시 목장에 초대되자 매우 흡족해 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에는 그 이상의 것, '국빈 방문'을 고집했다. 미국은 이를 거부했지만 도착 의전 행사를 개최하고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서 숙박하는 것을 허용해 준국빈 대우를 하기로 했다.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상징하는 행동이었다. 중국, 특히 후 주석은 왜 미국 방문을 갈망했던 것일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양국 간 문제가 산처럼 쌓여가면서 미국 내에서 높아가는 '중국 위협론'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최근 미국에선 위안화 절상, 무역 불균형, 군 근대화 및 군사비 증강, 인권.종교, 6자회담과 북한 문제 등을 둘러싸고 양국 간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중국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7월 위안화를 2.1% 절상하고, 무역 불균형 대처 방안으로 미국으로부터 항공기를 구입하기로 하는 등 미국을 배려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군사 면에선 1일 '중국의 군비 억제.군축.핵무기 확산방지에 관한 백서'를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인권과 관련해 '중국의 성별 평등과 여성 발전 상황'을 공표했다. 13일부터는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재개됐다. 후 주석은 이같이 방미를 위해 세심하게 미국을 배려한 준비를 했다.

두 번째는 후 주석 개인이 처한 정치적 상황이다. 국내 상황을 보면 후 주석 정권은 취약하다. 확대되는 경제 격차와 불평등으로 폭동과 데모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경제 버블의 조짐도 있다. 그러나 당의 지도력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올 봄 반일 데모나 대북 외교에서 충분한 외교력을 발휘하지 못해 장쩌민 전 주석 측 사람들이 외교 전면에 나설 기회도 많았다. 특히 후 주석이 완전히 권력을 장악하지 못한 군부는 대미 외교의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대만사태를 상정해 산둥(山東)반도를 중심으로 실시됐던 중.러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은 후 주석에 대한 견제로 보였다. 따라서 후 주석으로선 방미가 외교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절묘한 찬스였다.

중국에 대미 외교는 이같이 국내 정치와 관련해서도 중요하다. 13일 정상회담에 이어 11월 부시의 중국 방문 등 미.중 관계의 중요한 장면은 계속된다. 미.중 관계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 흐름을 세심하게 읽어야 한다.
 
사진 : 고쿠분 료세이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