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여기 더 있어. 아니 다들 보따리 싸들고 나오는데, 왜 들어 가려고 그래?”
“외국어는 기본 3년에서 5년을 잡아야 하는데, 1년하고 들어가면 애들 아까워서
어떡해요?”
귀국을 몇 달 앞두고, 그동안 알고 지냈던 한국인들에게 “저 언제쯤 들어가요”하고 말하면 십중팔구 나오는 대답들이다.
갈수록 베이징내 한국인은 늘어만 가고, 그에 비례해 베이징은 한국인들이 생활하기에 날이갈수록 편해져만 가고 있다. 그러니 베이징 주재원으로 나왔던 사람은 근무기간이 끝나면 사표를 내서 개인사업을 하며 베이징에 눌러 앉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물론 이 경우는, 베이징이 좋다는 이유 말고도 40대 후반 이상 나이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 가봐야 회사내 마땅한 자리도 없다는 조직내 이유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주재원을 제외하고도 개인사업을 위해 베이징에 모여들고, 아이 교육을 위해 기러기아빠를 남겨놓은 기러기 가족들도 계속 모여든다.
솔직히 베이징내 한국인이 많은 사는 지역에서는 생활하는 불편함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모든 한국 물건들을 언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가격도 한국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미국등에서 한국 제품을 구하는 거에 비하면 훨씬 싸다. 그리고 요즘은 위성TV를 통해 한국 텔레비전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비디오 대여하는 돈으로 짝퉁 DVD와 CD를 사서 온갖 나라의 영화와 음악을 섭렵하고, 한국돈 1만원만 갖고 시장에 가면 과일 채소 고기등을 몇봉지를 사서 들고 올 수 있다. 싸고 풍부한 한족(漢族) 인력을 활용, ‘아이’(파출부)를 쉽게 고용할 수 있다.
여기에 연일 한국에서 떠드는 ‘중국’ ‘중국어’ 소리에 어느 정도 최면이 걸려, 마치 중국에서 살아봐야 그리고 중국어를 해야 미래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도 크다. 우리 아이들 세대는 영어에 중국어를 해야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다.
여러 이유 중에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명제가 베이징 거주의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이곳에 있다 보면 사실 한국 가기가 두려워지기도 한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무서운 입시교육, 살인적 물가, 따가운 남의 시선 등에 대한 주눅이 드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으로 속속 입성하는 아이 엄마들의 말을 들으면 막연한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초등학교 1학년 그리고 5살짜리 두 아이를 데리고 베이징에 입성한 한 엄마의 말은 이렇다.
“한국에 있는 친구가 우리 애와 나이가 같은데. 이 애 둘을 키우는데 한 달에 300만원이 든데요. 도저히 (한국에서 키울) 자신이 없어서 시댁의 양해를 구해 이곳으로 왔어요. 여기서 중국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한국보다 훨씬 싼 가격에 괜찮은 원어민 선생님 밑에서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지금 여기에서 드는 비용으로 한국에 가서 애들 가르치려면 답이 안 나와요. 적어도 6년 정도는 여기에 있을 생각이에요.”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는 “대전에서 서울 여의도로 전학을 갔는데, 반 애들이 내신 때문에 미술과외까지 받는 걸 보고 아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유학을 생각하던차 이곳으로 오게됐다. 아직까지는 아들이 학교생활도 잘 적응하고 공부도 잘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대학 나온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걱정도 많이 된다.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속내를 털어놨다.
주재원에서 개인사업가로 변신한 남편을 둔 엄마는 “한국 돌아갈 생각 없다. 한국에선 사실 이제 더 이상 사업의 기회도 없고, 이곳에서 정착하는 것이 낫다. 아이도 중국 유치원에서 잘 적응하고 있고 계속 중국학교에 보낼 계획이다. 기회를 이곳에서 찾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하고 말했다.
사실 한국의 입시지옥을 피해 온 중국의 입시경쟁은 더 심하다. 중국은 초등학교때부터 학교 레벨이 정해져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베이징대 입학한 한국 학생은 꽤 있지만, 졸업한 학생 이름은 거의 못 들어봤다 할 정도로 대학 내 경쟁은 더 치열하다. 외국인의 경우 베이징대 입학은 내국인보다 쉬운 편이다. 그러나 베이징대를 나왔다고 해서 중국에서 그 사람이 바로 좋은 직업을 얻기는 더 힘들다.
그리고 중국내 국제학교 학생은 이와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한국인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는 이들 국제학교에서 영어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업을 겨우 따라가는데다, 졸업후 바로 미국등으로 유학을 갈 것이 아니면 다시 한국 공부를 해야 하는 이중, 삼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탈출 중국입성’은 계속되고 있다.
21세기의 키워드 ‘중국’을 놓치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까? 한국 살기는 싫고, 물가 싼 중국에라도 가보자는 심정일까?
엄마들은 “한국에서 사는 게 아이나 엄마나 너무 힘들었다”고 말들을 한다. 베이징에서 그 상처들이 치유되고, 이곳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중국을 잘 활용한다면 좋겠다.
그러나 때때로 꿈들이 순식간에 무너지지 않을까하고 두려울 때가 있다. 중국어 어설프게 하는 한국인 제쳐 두고 유창한 영어 쓰는 미국인에게 과잉친절을 베푸는 중국인들을 볼 때면, 한국인들이 왜 이렇게 중국에 많이 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중국사람들을 만날때면, 중국에 쏟아부어지는 우리 돈들이 아깝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어는 기본 3년에서 5년을 잡아야 하는데, 1년하고 들어가면 애들 아까워서
어떡해요?”
귀국을 몇 달 앞두고, 그동안 알고 지냈던 한국인들에게 “저 언제쯤 들어가요”하고 말하면 십중팔구 나오는 대답들이다.
갈수록 베이징내 한국인은 늘어만 가고, 그에 비례해 베이징은 한국인들이 생활하기에 날이갈수록 편해져만 가고 있다. 그러니 베이징 주재원으로 나왔던 사람은 근무기간이 끝나면 사표를 내서 개인사업을 하며 베이징에 눌러 앉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물론 이 경우는, 베이징이 좋다는 이유 말고도 40대 후반 이상 나이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 가봐야 회사내 마땅한 자리도 없다는 조직내 이유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주재원을 제외하고도 개인사업을 위해 베이징에 모여들고, 아이 교육을 위해 기러기아빠를 남겨놓은 기러기 가족들도 계속 모여든다.
솔직히 베이징내 한국인이 많은 사는 지역에서는 생활하는 불편함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모든 한국 물건들을 언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가격도 한국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미국등에서 한국 제품을 구하는 거에 비하면 훨씬 싸다. 그리고 요즘은 위성TV를 통해 한국 텔레비전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비디오 대여하는 돈으로 짝퉁 DVD와 CD를 사서 온갖 나라의 영화와 음악을 섭렵하고, 한국돈 1만원만 갖고 시장에 가면 과일 채소 고기등을 몇봉지를 사서 들고 올 수 있다. 싸고 풍부한 한족(漢族) 인력을 활용, ‘아이’(파출부)를 쉽게 고용할 수 있다.
여기에 연일 한국에서 떠드는 ‘중국’ ‘중국어’ 소리에 어느 정도 최면이 걸려, 마치 중국에서 살아봐야 그리고 중국어를 해야 미래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도 크다. 우리 아이들 세대는 영어에 중국어를 해야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다.
여러 이유 중에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명제가 베이징 거주의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이곳에 있다 보면 사실 한국 가기가 두려워지기도 한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무서운 입시교육, 살인적 물가, 따가운 남의 시선 등에 대한 주눅이 드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으로 속속 입성하는 아이 엄마들의 말을 들으면 막연한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초등학교 1학년 그리고 5살짜리 두 아이를 데리고 베이징에 입성한 한 엄마의 말은 이렇다.
“한국에 있는 친구가 우리 애와 나이가 같은데. 이 애 둘을 키우는데 한 달에 300만원이 든데요. 도저히 (한국에서 키울) 자신이 없어서 시댁의 양해를 구해 이곳으로 왔어요. 여기서 중국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한국보다 훨씬 싼 가격에 괜찮은 원어민 선생님 밑에서 배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지금 여기에서 드는 비용으로 한국에 가서 애들 가르치려면 답이 안 나와요. 적어도 6년 정도는 여기에 있을 생각이에요.”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는 “대전에서 서울 여의도로 전학을 갔는데, 반 애들이 내신 때문에 미술과외까지 받는 걸 보고 아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유학을 생각하던차 이곳으로 오게됐다. 아직까지는 아들이 학교생활도 잘 적응하고 공부도 잘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대학 나온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걱정도 많이 된다.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속내를 털어놨다.
주재원에서 개인사업가로 변신한 남편을 둔 엄마는 “한국 돌아갈 생각 없다. 한국에선 사실 이제 더 이상 사업의 기회도 없고, 이곳에서 정착하는 것이 낫다. 아이도 중국 유치원에서 잘 적응하고 있고 계속 중국학교에 보낼 계획이다. 기회를 이곳에서 찾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하고 말했다.
사실 한국의 입시지옥을 피해 온 중국의 입시경쟁은 더 심하다. 중국은 초등학교때부터 학교 레벨이 정해져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베이징대 입학한 한국 학생은 꽤 있지만, 졸업한 학생 이름은 거의 못 들어봤다 할 정도로 대학 내 경쟁은 더 치열하다. 외국인의 경우 베이징대 입학은 내국인보다 쉬운 편이다. 그러나 베이징대를 나왔다고 해서 중국에서 그 사람이 바로 좋은 직업을 얻기는 더 힘들다.
그리고 중국내 국제학교 학생은 이와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한국인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는 이들 국제학교에서 영어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업을 겨우 따라가는데다, 졸업후 바로 미국등으로 유학을 갈 것이 아니면 다시 한국 공부를 해야 하는 이중, 삼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탈출 중국입성’은 계속되고 있다.
21세기의 키워드 ‘중국’을 놓치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까? 한국 살기는 싫고, 물가 싼 중국에라도 가보자는 심정일까?
엄마들은 “한국에서 사는 게 아이나 엄마나 너무 힘들었다”고 말들을 한다. 베이징에서 그 상처들이 치유되고, 이곳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중국을 잘 활용한다면 좋겠다.
그러나 때때로 꿈들이 순식간에 무너지지 않을까하고 두려울 때가 있다. 중국어 어설프게 하는 한국인 제쳐 두고 유창한 영어 쓰는 미국인에게 과잉친절을 베푸는 중국인들을 볼 때면, 한국인들이 왜 이렇게 중국에 많이 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중국사람들을 만날때면, 중국에 쏟아부어지는 우리 돈들이 아깝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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