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 사이에 교역이 급증했다. 중국은 이제 우리의 최 대 교역국이 됐고, 분야는 농산품을 넘어 중공업, 전자통신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중국으로 건너갔다가는 낭패당하기 쉽다. 사업 실패를 한탄하며 귀 국하는 경우가 근래 들어 많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의 신지식인인 천관런(陳冠任)은 저서 '중국 각지 상인'(한길사刊)에서 중 국 여러 지역 상인들의 성격과 특징을 일러준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다민족.다문화 국가이며 따라서 이에 대한 이해가 없이 덤벼들었다간 고배를 마시기 일쑤라고 경계 한다.
거꾸로 말하면 천양지차인 현지의 특성과 문화차이를 잘 알고 가면 성공할 가능 성이 크다는 뜻. 저자는 24개 성(省)과 대도시, 경제특구, 행정특구로 나눠 역사와 문화를 토대로 상인들의 기질과 관습, 특질 등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그는 '잘 익은 고기가 하늘로 날아가버린다'는 중국 속담처럼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친분 을 쌓을 수 없고 거래하기도 어려우며 성사시킨 거래마저 자칫 허공으로 날아가버릴 수 있다고 귀띔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제수도라고 할 수 있는 상하이(上海) 상인들은 어떤 기질을 갖고 있을까. 서양 문물이 유입된 창구 역할을 해온 상하이 상인들은 치밀한 성품과 실용주의적 정신을 갖고 있다. 까다롭게 따지고 확인하지만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이를 엄히 지키며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다. 이는 체면과 형식을 중시하는 베이징( 北京)과 다르다. 중국 전통문화와 계획경제의 흐름을 무시할만큼 자유분방한 곳이 상하이다.
둥베이(東北) 상인들은 전형적인 중국 북방 기질을 지니고 있다. '체면이 서는 일이라면 터진 바지 밖으로 엉덩이가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 로 호방하다.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함지박만한 사발로 상대가 기절할 때까지 술을 권하곤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업할 때는 자신만만한 그들의 '허풍'을 조심해야 한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호방한 만큼 속임수가 과감하고 사기를 쳐도 적은 금액은 시도조차 않는다는 것.
반면에 광둥(廣東) 상인들은 금전관이 아주 확실하다. '어떤 격식에도 구애 받 지 말고 돈을 벌라'는 격언에 충실하다는 얘기. 돈을 벌지 못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 돈만 된다면 하늘이라도 뒤흔들 사람이 바로 광둥 상인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들은 또 창의적 아이디어 개발에 뛰어나고 새로운 영역에 용감하게 도전하며 자기 알리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안후이(安徽) 상인은 유상(儒商)의 본고장답게 장사를 하면서도 유학에 정진하 는 모습을 보여 한 손으로 돈을 만지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붉은 관모'를 쓰려 한 다. '불이익은 참아도 불의는 용서하지 못한다'는 옛 유상의 상도와 선비의식을 그 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뜻. 이들은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상야독(晝商 夜讀)'을 실천한다.
쓰촨(四川)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농업을 중시하고 상공업을 천시해 경쟁 자체를 꺼린다. 거래에서도 군자의 품위를 지키려 하며 한 번 속인 사람은 절대로 믿지 않 는다.
후난(湖南) 사람들은 정치와 시대 흐름을 잘 읽어 시장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 하며 반응도 그만큼 빠르고 상인으로서 고집과 뚝심도 갖추고 있다.
홍콩(香港) 상인들은 돈이 인생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며 따라서 '싸워서 얻는다'는 말처럼 진취적 으로 돈을 벌려 한다.
번역자인 강효백.이해원씨는 "본부 운영권을 중국인에게 인계할 때는 적절한 지 원과 통제를 통해 좋은 파트너 관계, 공적 관계를 넘어선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고 한국 기업인들에게 당부한다.
또 철저한 현지화 경영으로 중국인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야 하며, 중국 기업이 주지 못하는 고객 서비스가 무엇인지 찾아내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어 야 한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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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러지좀 맙시다... (0) | 2005.07.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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