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시장 움직이는 저장성 대해부 (上)◆
"시장이 있으면 저장(浙江)상인이 있고 시장이 없으면 저장상인이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저장상인은 중국에서도 가장 장사를 잘하기로
유명하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중국 각지에 시장이나 상가를 만들어 분양하는 상인은 십중팔구 저장성 원저우(溫州)상인이고, 해운이나 물류를 장악한
사람들은 닝 보(寧波)와 이우(義烏)상인들이다.
타이저우(台州)에는 세계에서 오토바이를 가장 싸게 만들어 파는 상인이 있는 데
이들은 동남아와 아프리카를 돌며 저가 오토바이 세일즈를 펼치고 있다.
저장성 취저우(衢州)에 가면 골동품이나 서화를 주무르던
용유상인의 정신이 계승되고 있고, 사오싱(紹興)에는 옛날 월나라 때 활약했던 중국 고대 상인의 대부인 도주공(陶朱公)의 발자취가 배어
있다.
성정부 소재지인 항저우(杭州)에 있는 후쉐옌(胡雪岩)이 살던 옛집에 들르면 청나라 때 중국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최고 부자의
위엄이 저장상인들에게 그대 로 전수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저장상인은 이처럼 곳곳마다 취급하는 품목이 다르고 장사하는 방식이
독특해 중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연구대상이 된 지 오래다.성 전체가 마치 걸출한 상인들로 가득한 백화점을 보는 듯한 저장성은 면적이 남한만 한데도
도시나 농촌을 가릴 것 없이 잘 산다.
인구 4720만명인 저장성의 지난해 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000달러로 베 이징이나 상하이 톈진(天津)을 제외하면 전국
1위다. 물론 민영기업가가 많고 지하경제도 가장 왕성한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 제 소득은 통계수치보다 몇 배는 더 많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실제 저장성 웬만한 도시에서는 결혼식이나 피로연을 열면서 호텔방을 통째로 예약해 친구들을 대접하고 고급 리무진자동차 수십
대를 빌려 시내를 돌며 부 를 과시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최근에는 흘러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상하이나 홍콩의 부동산을
싹쓸이하 는 바람에 부동산 투기 원흉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르고 있기도 하다.
상하이와 장쑤(江蘇)성을 끼고 중국 경제의 중심지인
장강삼각주를 이루는 저 장성은 이처럼 중국을 호령하는 상인들로 항상 활력이 넘친다. 중국의 내수시장을 노리는 한국 기업들이 저장성의 경쟁력을
배워야 하는 이유 가 여기에 있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 거대 내수시장을 손아귀에 넣고 마음대로 주무르는 저 장상인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황융(黃勇) 저장성발전개혁위원회 부부임은 "저장성의 경쟁력 중 정부의 지원 과 지역적인 우세 외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교육을 잘 받고
장사를 잘 하는 인 재를 가지고 있고 이에 따른 민영기업 창업 열기가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는 또 다른 두 요인으로는 "이우시장으로
대표되는 저장성만의 유통 네트 워크"와 "지역별로 특화된 중소기업형 산업단지"를 꼽았다.
◆ 잘 교육받은 기업가정신
=인재 경쟁력을 가장 중요시한 이유는 '체구는 왜 소하지만 온화한 성격에 근면하고 부지런한' 저장성 사람들이 교육열도 강해 타 지역에 비해
우수한 상업예비군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유대인에 비유하는 저장성 사람들은 독특한 상인기질이
70%의 산지에 물이 10%를 차지하는 바람에 먹고 살 수 있는 평지면적이 20%에 불과한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길러졌다고 보고
있다.
열심히 움직이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는 환경이 이러한 기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항저우 칭허방이라는 상가에서
공예품점을 경영하는 판커우 씨(藩可武ㆍ38)는 "환경이 열악한 저장사람들은 태어나면 고향에 남을 것인가, 외지에서 장사를 할 것인가 중 하나를
선택한다"며 "항저우나 사오싱 출신들은 아직도 관리가 되는 것을 최고의 꿈으로 여기지만 90%는 기업을 하거나 상인의 길을 간다"고
밝힌다.
저장성에 남아 창업한 무리들은 지난해 말 현재 민영기업으로 등록한 33만3000 개의 기업가와 앞으로 기업 창업을 꿈꾸는
170만여 명의 개인사업자가 대표적 이다.
이들은 저장성을 떠나 외지에서 창업한 400만여 명의 저장 출신 기업가들과 끈 끈한 유통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저장성 유통 네트워크는 철옹성으로 비유될 만큼 외지사람들에겐 배타적이다.
일례로 롯데껌을 한국
군산에서 사다가 중국 전역에 팔면서도 한국 상인은 한 사람도 끼지 않았을 정도로 그들만의 이너서클을 중시한다.
특히 원저우 이너
서클은 독특한 사투리와 거래방식 때문에 저장성 다른 지역 사람도 끼지 못할 정도다.
◆ 민영기업 발상지
=저장성 사람은 국유기업이나 외자기업에 취업하기보다는 창업을 선호한다.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없으면 남의
돈을 이용해 조그만 가내수공업을 시작한다.
만든 재료부터 방법에 이르기까지 능수능란하게 설명하며 손님을 압도하기 마 련. 중국에서
장사수완이 중간 정도 되는 베이징상인과 저장상인이 같은 조건 에서 장사할 경우 저장상인이 2배 정도 매출을 더 올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
다.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장사를 하다보니 돈도 단시간에 번다.
자기자본이 모이면 바로 남의 돈을 끌어다 사업을 확장하는
게 저장상인들의 특기다.
중국에서 민영기업하면 저장성을 떠올릴 정도로 민영기업 수나 생산력 등 모든 면에서 전국 최고를 차지하고
있는 점은 저장상인의 왕성한 개척정신과 시장을 장악하는 기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업 간판을 내건 민영기업이 33만개이고 장사해
먹고 사는 개인기업이 170만여 개에 달하는 등 장사꾼이 가장 많기로도 유명하다.
이렇다 보니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성공하기도 쉽고
몇 년 사이에 세계시장에 서 알아주는 거대그룹으로 발전하는 일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중국에서도 장사를 가장 잘 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저장성에서는 백수 상태에서 기업을 일궈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발전시킨 사례가 한두 개가 아니다 . 전기코드 스위치를 만들던 20살
난 점원이 20년 전 우리돈 수십만 원을 들여 만든 정타이(正泰)는 지금은 매출액 1조원을 훌쩍 넘는 중국 대표기업으로 성 장해 있고, 25년
전 직원 한 명 없던 신발공장 캉나이(康奈)는 중국 신발 대표 주자로 떠오르는 등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
이 밖에도 세계에서 가장
큰 양말 기업인 랑사그룹을 비롯해 중국 양복업계의 선두주자인 닝보의 야거얼(雅戈爾) 과 원저우의 바오시냐오(報喜鳥) 등 저장에서 기업신화는
많다.
전국 500대 민영기업 가운데 저장기업은 183개에 이르고 50대 기업 중에는 26 개가 끼어 있다.
몇 년
전에는 저장성기업이 민영기업 1위부터 6위까지 독차지 하기도 했는데 저장기업의 업종 특성상 박리다매형 기업이 많아 10대 기업 순 위에는 3개
기업만 남아 있는 상태다.
저장성 내 민영경제 비중은 71.4%를 차지하고 있고 다른 지역까지 합치면 비중 은 더
커진다.
중국의 민영기업은 거의 저장성 사람들이 주무른다고 보면 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