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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이렇게 하면 망한다!

데코차이나 2005. 8. 22. 00:26

중국진출…이렇게 하면 망한다

1년 전 ‘기회의 땅’ 중국에 부푼 꿈을 안고 진출한 컴퓨터통신 관련업체 사장 A씨. 동종업체 3개사에서 각 1억원씩 투자받아 4억원의 자본금으로 베이징에 현지법인을 개설했다. 현지 사정에 어두운 데다 말도 통하지 않았던 A씨는 베이징에서 10여년간 생활하며 IT(정보기술)분야의 인맥을 구축한 현지인 사업가에게 경영을 위탁했다. A씨는 동업자 3명과 함께 가끔 중국으로 출장을 가 사업 진척 상황을 보고받는 식으로 현지 경영에 참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현지법인 사장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은 중국 출장기간에도 골프와 관광으로 소일했다. 그러자 현지법인 사장은 돈을 물쓰듯 하며 자본금을 축냈고, A씨는 결국 6개월도 안 돼 투자금만 날리고 현지법인을 철수해야 했다.

중국통상전략연구소 소장인 한밭대학교 강희정 교수는 “현지인을 맹신해 대리 경영을 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며 “현지인을 고용하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데다 효율적인 통제수단도 없어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실패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A씨처럼 중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무턱대고 현지투자를 감행했다 낭패를 보는 중소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대 중국 투자는 1098건, 12억4800만달러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나름대로 사업성과를 내며 현지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경우는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예로부터 중요하게 여겨왔던 중국의 인간관계를 일컫는 ‘관시’(關係)에만 의존한 경영 형태로 비난을 사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유선통신업체 사장 B씨. 관시에만 치중해 6개월 동안 통역을 앞세우고 다니며 인맥 쌓기에 주력했다. 중국 원로 그룹의 자제들 모임인 태자당이나 청장급의 유력 인사들과도 자주 만나 친분을 다져왔다. 그러나 정작 사업을 시작하려고 보니 자신의 사업과 관련해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간 인맥 구축에 사용한 1억원의 거금만 탕진한 셈이다.

치밀한 준비 없는 ‘의욕 과다형’도 문제다. 전자부품 생산업체 사장 C씨는 2년 전 중국 내 생산 공장 건설을 결심하고, 3개월 만에
상하이 인근에 공장을 세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부품을 생산해도 팔 데가 없었던 것. 한국에서 들여온 부품을 조립만 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현지 전담인력을 고용하는 등 현지시장 개척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끝내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채 1년 반 만에 공장문을 닫았다. C씨는 뒤늦게 중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전자 부품이 없고, 소수의 수입부품은 기술력이 필요한 핵심 부품이라는 것을 알고 땅을 쳤지만 이미 엄청난 손해를 본 뒤였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을 ‘기회의 나라’로만 생각하고 무턱대고 투자를 감행해서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들은 중국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사전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진출 전문가 조언>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치밀한 사전준비와 타당성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희정 교수는 “뚜렷한 투자진출 목표를 정하고 이에 따른 단계별 전략 수립과 사내 중국 전문가 육성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최근 중국시장은 관시와 습관에서 규정과 제도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관시에만 신경쓰면 만사형통이던 예전과는 달리 규정, 제도, 법률 등 공적 네트워크의 비중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관시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 실력과 성실한 준법 경영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1000원짜리 넥타이부터 유럽의 최고급 자동차까지 다양한 품질과 가격의 상품들이 혼재된 시장이다. 이 때문에 중간 수준의 기술이나 브랜드를 가진 우리 기업들이 단순히 저임금의 노동력과 거대한 내수시장이라는 매력에 사로잡혀 투자를 했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무역협회 송창의 상하이 지부장은 “중국은 같은 물건이라도 점포, 지역, 상인마다 가격이 모두 달라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흥정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치열한 가격경쟁 속에서 최고의 제품만이 중국에서 통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트라 상하이 무역관 박한진 차장은 “이제 더 이상 중국은 저가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제품이 들어와 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세계의 시장’”이라며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기초적인 상식을 되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